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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머핀의 제작 일지

정리) The Wake: Mourning Father, Mourning Mother 본문

인디 게임 개발/기획

정리) The Wake: Mourning Father, Mourning Mother

KingMUffin 2021. 1. 10. 17:06
 

The Wake: Mourning Father, Mourning Mother on Steam

The Wake is a record of past wounds opened at a three-day funeral. The journal is encoded with a simple substitution cipher that the player must break in order to reveal the writer’s psyche and discover the contradictions that define him.

store.steampowered.com

며칠 전 여친과 함께 새벽에 켠왕을 성공했다. 그리고 엔딩을 보며 여러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블로그에 정리를 해 본다.

그전에 먼저 간략한 리뷰

  •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의 아내와 의사의 티키타카는 내 취향이었습니다. 회진 드립은 레전드.
  • 아직 해독하지 못한 암호문을 일단 생략하고 읽어도 부자연스러움이 없는데, 해독한 암호문을 연결해서 읽으면 새로운 감정이 듭니다. 퍼즐을 풀 수밖에 없는 원동력입니다.
  • 퍼즐의 난이도는 굉장히 적절했습니다. 다만 이 게임과 같은 유형의 퍼즐 게임을 해보지 못 한 사람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방탈출 좀 할 줄 아신다면 잘하실 듯.
  •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게임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기고 해결하지 않은 채 끝납니다. 만약 커뮤니티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명쾌한 해설을 종합한다면 엔딩을 보고 나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찾아볼 수라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정리는 이 게임의 개발자의 의견과 전혀 무관한 제 주관적 정리입니다.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0. 거짓말의 거짓말

일기장에 거짓말을 적으면, 일기장은 그 거짓말의 거짓말을 함께 적어준다고 합니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거짓말의 거짓말이라면 참말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이므로 '나는 신이다'라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나는 신이다'라는 말의 거짓말이 '나는 사람이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이 아니면 동물일 수도, 식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거짓말의 거짓말'이란 거짓말의 역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 '필요조건'인 것이죠.

 

1. 그래서 그 거짓말은 어디에?

하지만 그 거짓말들을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알아챌 수 없었습니다. 대체 어디에 그걸 적었다는 걸까요?

일기장에 거짓말을 적으면, 일기장은 그 거짓말을 지우지 않고 그 거짓말의 거짓말을 함께 적어준다고 했습니다. 어디에 함께 적는지는 안 알려줬지만, 뭐 그 문장 다음의 근처에 적어주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최소한 그 두 거짓말을 읽고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프롤로그의 마지막 두 암호화된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내 삶은, 이 한 문장이 전부였구나 싶다.
"내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일단 튜토리얼이자 프롤로그이기도 하고, 이 일기장의 특징을 예시로 보여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마지막 문장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런데 누구의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 문장을 주인공이 썼다면, 문장 이후에 일기장이 쓴 저 문장(거짓말)의 거짓말이 있어야 한다.
  • 마지막 문장을 일기장이 썼다면, 문장 이전에 주인공이 쓴 거짓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모든 일기를 작성한 후에 프롤로그를 마지막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문장은 일기장이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의 어느 부분이 거짓말인지도 모릅니다. '내가'가 거짓말일 수도, '거짓말이다'가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라면 '내가 하는 말은 참말이다'와 같은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던 예시와 달리, 마지막 문장의 핵심 단어인 '거짓말'에 대응하는 거짓은 '참말'밖에 없으니까요. (필요충분조건) 그런데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네요..?

거짓말과 관련된 내용이 암호화된 페이지에 있었으니 암호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앞의 문장도 거짓이라면 역시 '내 삶'이 제일 의심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문장도 '내가'가 거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일기장에 적힌 '나'가 주인공이라면, 주인공 대신 일기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일기장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앞의 문장도 거짓이라면 프롤로그의 암호문은 일기장이 작성한 거짓말의 거짓말입니다.

(혹시 거짓말과 그 거짓말의 거짓말이 각각 암호화된 한 페이지를 차지한다면 거짓말 하나 당 두 페이지씩 차지하고 있을 것이므로, 암호화된 페이지 수가 짝수인지 확인해보았는데 4장에서는 11페이지로 홀수입니다. 이건 아니네요 ㅎㅎ)

개발자 소미님의 공식 디스코드 채널에서 무리하게 자세한 질문을 드렸더니 일부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이 답변에서 핵심은 '화자는 참말이 무엇인지 정하지 못하고 있어요.'인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에 적은 내용과 연결됩니다.

"일기장이 적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또 다른 아쉬움이 되었다.

하지만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일단 반전을 위한 장치는 아니었군요.. ㅎㅎ

 

2. 일기장의 되물림

주인공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고, 아직 해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일기장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획득했습니다. 유전자처럼 대대로 물리는 물건이네요. 하지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결국 해석했는지, 자신의 이야기 역시 작성했는지 모릅니다. 일기장을 지울 수 없단 얘기도 없지요.

 

3. 주인공의 해석 시도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의 아내가 암호문을 보고 흥미로워하는 의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남편이 한참 이 일기장의 암호풀이에 빠져있을 때 설명해준 적이 있어요.

남편은 일기장을 해독하는 중이었습니다. 누구의 일기장인지는 둘째 치고, 결국 전부 해독했을까요? 아닙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일기의 의미는 커녕
일기장 속 도구들의 용도를 알아볼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일기장 속 도구들의 용도를 모르고선 암호문을 해독할 수도, 작성할 수도 없습니다. ..음?? 그렇다면 이 일기장의 암호문은 누가 작성한 것이죠? 혹시 프롤로그의 암호문처럼 모든 암호문을 일기장이 작성했을까요? 주인공은 아버지의 일기장과 자신의 일기장을 모두 해석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의사 : 일기장이라는 것은 환자가 적은 기록인가요?
아내 : 모르겠어요.
  기계는 늘 집에 있었어요. 그게 노트는 아니라서...
의사 : 이 메모는 누가 입력해 놓은 거죠?
아내 : "이동 암호" 규칙이 사용되었네요.
  평문의 알파벳을 일정 숫자만큼 이동시키면 암호문이 된다는 뜻이에요.
의사 : 제 말이 안들리세요?

역시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은 없습니다. ㅋㅅㅋ 그러나 일기장이 모든 암호문을 작성했다면 힌트가 적힌 메모 또한 일기장이 작성했겠네요.

또한 힌트를 만들기 위해 일기장이 주인공이 쓴 글을 파랗게 표시했을 것입니다. 힌트와 암호를 구성하는 기준이 뭘까요? 힌트가 될 만한 아무 글이나 파란색으로 표시했을까요, 아니면 주인공의 거짓말과 관련이 있을까요?

 

4. 추억 사물함

추억 사물함을 처음 열었을 때의 대화입니다.

의사 : 사물함에 사진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내 : 그러게요......
  아마도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기계가 사진을 하나씩 꺼내어 주는 것 같아요.
의사 : 누구의 사진이었나요?
아내 : 남편의 아기 때 사진 같기도 했어요.
  아니면......

아니면 아버지의 아기 때 사진이겠죠. 이 대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닐 것 같습니다. 남편의 아기 때 사진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아내는 남편이 아버지의 일기장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았을 겁니다.

그리고 사진을 처음 얻었을 때의 대화입니다.

아내 : 남편 사진이에요!
의사 : 누가 보더라도 분명히 남편분의 사진이로군요.
  예전에도 보신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그리 놀라시죠?
아내 : 이상해요......
  제가 봤던 사진은 전혀 달랐어요.
  시부모님께서 어린 남편을 안고 있었거든요.
의사 : 뭔가......
아내 : 불길해요......

(아기를 보며 '누가 보더라도 분명히'라며 오바를 떠는 대사가 수상합니다만 일단은 스킵)

이 사진은 어머니가 혼자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내가 봤던 사진에서 아버지가 사라졌거나 아예 다른 사진일 것입니다.

찢어진 '첫 생일'과 '여행' 사진은 마지막 챕터의 일기장을 읽었을 때 나머지 조각을 얻을 수 있고, 그 조각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있습니다. 조각을 합치면 '그리고, 아버지' 사진과 함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수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아버지의 모습이 있는 사진은 모든 일기장을 해석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추억 사물함의 사진을 모두 찾으면 사진이 선으로 순환되듯이 순서대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유전' 사진을 다시 보면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왜 사라졌을까요?

아내는 추억 사물함 안의 사진을 어디까지 봤을까요?

 

3. 의문 투성이인 저주와 순환

이 게임은 주인공이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다가 사고로 인해 두부가 손상되어 입원한 것으로 시작됩니다. 혹시 아버지처럼 가정으로부터 도망치려던 것일까요?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이라는 대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신의 죽음을 예건했을까요?

아버지가 커피숍에서 어머니께 이혼을 통보했을 때, 즉 아버지의 아내를 떠날 때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죽어서 아내 곁을 떠날 때에도 웃고 있었습니다. 이 두 웃음은 서로 같은 의미일까요? 혹은 의미는 달라도, 웃고 있었다는 묘사의 반복으로 순환을 표현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기장을 해석했다는 사실이 순환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설득력은 없네요)

 

의문 투성이입니다. 이제 좀 지쳤는데.. 누가 저 대신 해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의견 있으면 댓글 꼭 남겨주세요. ㅎㅎㅎ&